언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의 뇌를 들여다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문자, 음성, 메시지 등 다양한 형태의 언어를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컴퓨터도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바로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술 덕분입니다.
자연어 처리는 인공지능(AI)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사람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분석하여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챗봇, 번역기, 감성 분석, 음성 비서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통해 더욱 자연스럽고 정교한 대화형 AI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연어 처리의 핵심 기술인 형태소 분석, 토큰화, 워드 임베딩, 그리고 혁신적인 구조인 Transformer와 GPT 계열 모델에 대해 알아보고, 실제 응용 분야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언어를 쪼개고 이해하기: 형태소 분석과 토큰화
언어를 처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단위로 나누는 일’입니다. 이 과정은 형태소 분석(Morphological Analysis)과 토큰화(Tokenization)라는 두 가지 기본적인 전처리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 형태소 분석
형태소 분석은 문장을 의미를 가진 가장 작은 단위인 형태소(morpheme)로 나누고, 각 형태소의 품사나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를 먹었다"라는 문장은 형태소 단위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과 / 를 / 먹 / 었 / 다
여기서 ‘먹’은 동사 어간, ‘었’은 과거 시제, ‘다’는 종결 어미로 분리됩니다. 형태소 분석은 한국어, 일본어처럼 교착어적 특징을 가진 언어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Konlpy, MeCab, Kkma 등의 형태소 분석기가 널리 사용됩니다.
● 토큰화
토큰화는 문장을 일정한 기준으로 분할하여 ‘토큰(token)’이라는 단위로 쪼개는 작업입니다. 영어에서는 보통 공백이나 구두점을 기준으로 단어 단위로 자르고, 한국어에서는 형태소나 어절 단위로 토큰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BPE(Byte Pair Encoding)나 WordPiece, SentencePiece 같은 서브워드 단위 토크나이저가 많이 사용됩니다. 이는 희귀 단어 문제(OOV)를 줄이고, 언어 모델이 더 다양한 문맥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효과적입니다.
의미를 수치로 바꾸는 기술: 워드 임베딩과 문맥 표현
사람에게는 단어의 의미가 자연스럽지만, 컴퓨터에게는 단어도 결국 숫자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기술이 바로 워드 임베딩(Word Embedding)입니다.
● 워드 임베딩의 개념
워드 임베딩은 단어를 고정된 길이의 벡터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 벡터는 단어들 간의 의미적 유사성을 반영하여 구성되므로,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끼리 유사한 벡터를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왕 - 남자 + 여자 = 여왕’이라는 연산이 가능할 정도로 의미 구조를 잘 보존합니다.
대표적인 워드 임베딩 기법에는 다음이 있습니다:
Word2Vec: 단어 간 주변 관계를 학습하여 임베딩을 생성.
GloVe: 전체 코퍼스의 통계 정보를 활용하여 단어 간 유사도 반영.
FastText: 단어 내부의 subword를 학습에 활용하여 희귀어 표현 강화.
하지만 이들 방법은 문맥(Context)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은행’이라는 단어가 금융 기관인지, 강가의 제방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이죠.
● 문맥 기반 임베딩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문맥 기반 임베딩(Contextualized Embedding)입니다. 대표적으로는 ELMo, BERT 등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문장 전체를 기반으로 단어의 의미를 동적으로 바꾸며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은행에서 돈을 찾았다’와 ‘오리들이 은행 근처에 모여 있었다’에서 ‘은행’이 서로 다른 의미로 임베딩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문맥 기반 표현은 자연어 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번역, 질의응답, 요약 등 다양한 작업에서 성능 향상을 이끌어냈습니다.
자연어 이해의 혁명: Transformer 구조와 GPT 계열 모델
● Transformer의 등장
2017년 구글이 발표한 Transformer는 자연어 처리 분야에 대혁신을 가져온 모델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RNN이나 LSTM 같은 순차적인 구조가 주로 쓰였지만, Transformer는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Self-Attention 메커니즘을 통해 문장 내 모든 단어 간의 관계를 동시에 파악합니다.
Transformer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Self-Attention: 각 단어가 문장 내 다른 단어들과 얼마나 연관 있는지 스스로 판단합니다.
병렬 처리 가능: RNN과 달리 순차 계산이 필요 없어 학습 속도가 빠릅니다.
멀티헤드 어텐션, 포지셔널 인코딩 등의 기술을 통해 성능 향상.
이러한 구조 덕분에 번역, 요약, 질의응답 등 다양한 자연어 처리 작업에서 기존 모델을 압도하는 성능을 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GPT 계열 모델 소개
Transformer 구조를 기반으로 한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시리즈입니다. OpenAI에서 개발한 이 모델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사전학습(Pretraining):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이용해 언어의 문법과 구조를 미리 학습합니다.
미세조정(Fine-tuning): 특정 작업(예: 질문에 답하기, 문서 요약 등)에 맞춰 추가 학습을 수행합니다.
GPT-2, GPT-3, 그리고 최근의 GPT-4 및 GPT-4.5에 이르기까지, GPT 모델은 점점 더 크고 정교해지면서 인간 수준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언어 생성이 가능해졌습니다. ChatGPT, Copilot, Bing AI 등 여러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어 처리는 언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의 뇌와 같습니다. 형태소 분석과 토큰화를 통해 언어를 쪼개고, 워드 임베딩으로 의미를 수치화하며, Transformer 구조와 GPT 계열 모델을 통해 문맥까지 정교하게 파악하는 기술로 진화해왔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히 챗봇이나 번역기에 그치지 않고, 교육, 의료, 법률, 마케팅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으며, 인간과 기계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연어 처리는 더욱 정교해지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수준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위에서 살펴본 핵심 기술들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것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지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