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려는 도전의 기록
요즘 인공지능(AI)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스마트폰 음성 비서, 자동 번역기, SNS 알고리즘 추천,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수십 년에 걸친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도전이 있었고, 이론적 개념에서 시작해 점차 현실 세계에 영향을 주는 기술로 발전해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딥러닝 기반 AI로 진화하게 되었는지를 시대별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튜링의 철학적 문제 제기부터, 전문가 시스템, 머신러닝, 그리고 딥러닝 혁명까지, 인공지능의 역사를 따라가며 그 의미와 발전 방향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AI의 씨앗: 앨런 튜링과 사유하는 기계의 가능성
인공지능의 개념은 컴퓨터가 발명되기 전부터 철학과 수학 분야에서 논의되었습니다. 특히 20세기 초,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인공지능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지금도 AI 철학의 핵심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튜링은 1950년 발표한 논문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에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컴퓨터가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는 기준이었습니다. 이 개념은 인공지능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하게 됩니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으며, 이때부터 AI는 하나의 학문적 연구 분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를 ‘고전 AI’의 시초로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 시스템에서 머신러닝으로: AI의 첫 번째 도약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르러 AI는 실제 응용 가능성을 갖춘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을 통해 본격적으로 산업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는 특정 도메인에 대한 전문가의 지식을 논리 규칙으로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의학 진단 시스템 ‘MYCIN’, 화학 분석 시스템 ‘DENDRAL’ 등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들은 의료, 법률, 금융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두며 AI 기술의 실용성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시스템은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지식을 입력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시스템이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지 못한다는 점이 큰 약점이었습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입니다.
기계학습은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학습하여 스스로 규칙을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이로 인해 AI는 고정된 규칙 기반 시스템에서, 경험에 의해 학습하는 유연한 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 딥러닝으로 가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딥러닝의 부상: 인공지능의 르네상스
2000년대 이후, AI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은 후 다시 한 번 비약적인 도약을 이루게 됩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있었습니다.
딥러닝은 사람의 뇌 구조를 모방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의 일종으로, 특히 다층 신경망을 활용해 복잡한 패턴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 기계학습과 달리 입력 데이터를 스스로 특징 추출하여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2012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가 개발한 딥러닝 모델 ‘AlexNet’은 이미지 인식 대회인 ILSVRC에서 기존 기록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성과를 내며 딥러닝 시대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딥러닝은 음성 인식, 번역, 자율주행, 의료 영상 분석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2020년대 들어서는 GPT 시리즈와 같은 초거대 언어 모델의 등장으로 자연어 처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으며, 이는 인간과 매우 유사한 대화를 구사하는 챗봇으로 현실화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인공지능의 역사는 단순한 기술 발전의 연대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인간의 지능을 기계에 구현하려는 지속적인 탐구의 여정이었습니다.
튜링이 제시한 문제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는 전문가 시스템에서 기계학습, 딥러닝으로 이어지는 기술 발전을 통해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목격해왔습니다. 특히 최근의 딥러닝 기술은 AI가 더 이상 이론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의 전반을 바꾸는 실질적인 도구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AI는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까요?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할까요, 보완할까요? 우리는 지금 그 경계선 위에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기술을 넘어,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