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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정보처리 이론과 인지과학의 탄생

by gp9378jm 2025. 6. 9.

마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는 시도


우리는 누구나 ‘생각’하고, ‘기억’하며, ‘판단’을 내립니다. 하지만 과연 이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요? 인간의 정신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랫동안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의 다양한 학문에서 이어져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20세기 중반, 인간의 마음을 마치 컴퓨터처럼 하나의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한 새로운 학문적 흐름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심리학은 ‘행동’만을 관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마음의 내부 작용’을 탐구하는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라는 융합 학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간의 정신을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관점, 이를 가능하게 했던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의 배경, 그리고 행동주의 심리학의 한계를 살펴보며 인지과학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정보처리 이론과 인지과학의 탄생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정보처리 이론과 인지과학의 탄생

 

마음은 컴퓨터처럼 정보를 처리한다: 정보처리 이론의 핵심


20세기 중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과학기술 발전은 심리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컴퓨터 기술의 등장은 인간의 사고 과정을 ‘연산’과 ‘기억’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 정보처리 이론의 개념
정보처리 이론(information-processing theory)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일종의 단계적인 정보 흐름 시스템으로 간주합니다. 마치 컴퓨터가 입력(Input) → 저장(Storage) → 처리(Processing) → 출력(Output)의 순서로 작동하듯, 인간도 자극을 감지하고 해석하며, 기억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Atkinson과 Shiffrin이 제안한 다중 저장소 모델(Multi-store Model)에서는 인간의 기억 체계를 감각 기억 → 단기 기억 → 장기 기억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이 이론은 인간의 인지가 단순히 자극과 반응 사이의 자동 연결이 아니라, 내부에서 정보가 선택적으로 인식되고, 조직되고, 저장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주었습니다.

● 계산주의적 사고(Computationalism)
이러한 정보처리 모델은 결국 인간의 마음도 ‘계산 가능한 기계’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이른바 계산주의적 마음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은 마음이 기호(symbol)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처럼 작동한다고 가정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AI 연구의 초석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마음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실험 가능한 가설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인지과학의 탄생: 인지혁명이란 무엇이었는가?


● 인지혁명의 배경
1950년대 중반, 심리학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이를 학계에서는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 혁명은 인간 정신을 이해하는 방식이 행동의 관찰에서 내면의 정보 처리로 초점을 옮긴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과학의 만남
인지혁명의 주역들은 다양한 학문에서 모였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조지 밀러(George A. Miller): 인간의 단기 기억 용량이 약 ‘7±2’개라는 실험을 통해 인간 기억의 구조를 수치화했습니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행동주의 언어 이론을 반박하며 인간은 내재적인 문법 지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언어 능력이 단순한 자극-반응이 아니라, 마음 속 ‘규칙’에 기반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알고리즘화하였고, 인공지능 연구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인간의 사고를 실험하고 모델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인지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의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 인지과학의 다학제적 성격
인지과학은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과학, 철학, 신경과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가 협력하여 인간 지능을 탐구하는 융합 학문입니다. 단순히 ‘마음을 이해한다’는 목표를 넘어서, 그 지식을 실제 기술(예: 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에 적용하는 시도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왜 행동주의는 한계에 부딪혔는가?


인지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심리학계를 지배했던 이론은 행동주의(Behaviorism)였습니다. 이 이론은 인간의 마음을 “블랙박스”로 간주하고, 오직 관찰 가능한 자극과 반응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 자극-반응 모델의 한계
행동주의는 자극(S)과 반응(R) 사이의 관계를 조건화 과정을 통해 학습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인간은 같은 자극에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내부적인 상태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언어습득의 복잡성은 단순한 자극-반응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듣지 않은 문장도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예: “나는 먹었어요 우유를” → 문법적으로 틀렸지만 독창적인 시도).

● 내면의 인지 과정을 무시한 접근
행동주의는 인간의 의도, 동기, 기대, 기억 등 내면의 복잡한 과정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문제 해결, 추론, 상상 등)을 설명하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이러한 비판에 따라, 인지과학은 마음의 작동 원리를 과학적이고 실험적으로 탐구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게 되었으며, 심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정교한 정보 처리 시스템입니다


정보처리 이론과 인지과학의 등장은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내면 세계를 통해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하며 조작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인식됩니다.

마음을 컴퓨터에 비유하는 사고방식은 현대 AI와 뇌과학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마음은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하고, 감정과 의식을 포함하는 유기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처리 이론은 인간 정신을 이해하고 기술적으로 응용하는 데 있어 강력한 출발점이 되었으며, 인지과학이라는 현대 지성사의 핵심 분야를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향해, 우리는 이제 단순한 직관이 아닌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